< 교양교육의 문제점 > 대학마다 교양교육 강화를 교육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양교육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양교육에서 무엇을 다루어야 할지, 목표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교양과목의 경우, ‘인기 있는’ 특정 주제를 피상적으로 다루거나, 학문적 관점에서 볼 때 대학의 정규 학과목으로 보기 어려운 ‘일반인의 교양’을 위한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 혹은 교양과목을 전공과목과 비교해 동일한 내용을 다루면서 수준만 낮추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의 경우 교양교육의 문제점은 전임교수비율이 낮으며, 전공교육에 비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어 강좌성과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대부분이 비전임 교원이거나 비정년트랙이기 때문에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과정도 성과도 수월(excellent)하지 못하다. 일부 선도대학들이 이에 대한 개선책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은 이러한 개혁이 더 시급히 필요함에도 오히려 더 소극적이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모든 교양과목이 대학1,2학년에 집중되어 있는데 고등학교에서 막 올라온 학생의 경우 전혀 다른 교육학습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지방대학일수록 학생들은 학습기술이나 학습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외국어에 대한 부담감, 학습동기 및 흥미부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무려 2억대 가까이 팔린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의 매혹적인 디자인도 대학시절 수강한 서예강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인문학 지식과 소양이 그를 창의적 경영자로 만드는데 힘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A사가 사내에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정기 수강하도록 의무화한 바있다. B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C연구소의 조찬강좌, D협회의 동서양 고전 강의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학에서도 융복합학, 학제간연구 등 기존 학문체제가 재편되는 한편 교양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초교양교육을 알차게 하기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E대의 경우 기초교육원은 교양교육과 관련한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학제간 교양강좌 개발, 핵심교양교과목 정기평가 등 교양교육 분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F대 교양교육과정은 기초교양, 통합교양 그리고 전공교양으로 구분된다. 통합영역에서 융합학 관련 강의를 개발하기 위해 교수를 대상으로 강좌를 응모하고 있으며, 고전강좌를 인문, 사회, 자연과학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교육중심 지향 대학의 경우 학생들은 직업전선에 필요한 실무교육을 원하고 있으며, 군소대학일수록 학과제는 별로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G대의 경우 새로운 문명사회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지적 능력도 어느 한 분야 지식만으로 함양되기 어렵다는 시각에서 융복합교육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전공교육만큼의 심화된 깊이로 여러 분야 학문을 묶어 교육하는 것이 보다 앞서 나가는 교양교육이라는 시각이다. H대의 경우 교양교육 목표를 ‘실무형 인재교육’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교양교육위원회 산하에는 인성교육소위원회, 기초인문사회소위원회, 기초과학소위원회, 실무전산소위원회, 실무영어소위원회가 있으며, 철저한 실무 중심의 교양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문학 및 융복합학, 실무중심교육의 중요성 부각이라는 큰 흐름속에서 어떻게 하면 넓고 깊게 교육할 수 있을까,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I대는 ‘무전공, 무학과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입학 후 글로벌리더십학부에 소속돼 교양과정을 이수한 뒤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학부 간 장벽을 과감하게 없애 다양한 학부 조합을 학생 스스로 만들도록 하고 있으며, 학부 전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경영-국제, 경영-어문, 국제-사회복지 등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WCU(World Class University: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프로젝트에 호응하여 향후 지속적으로 J대는 융합학과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면 미디어아트공학(= 음악 + 미술 + 공학), 금융공학(= 수학 + 경영학 + 산업공학), 인지신경과학(= 심리학 + 생명과학 + 의학) 등이 그것이다. 호즈 퀸즐랜드 공과대학 ‘창의학부(Creative Faculty)’는 각 예술영역을 하나로 묶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연극을 만들 때도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시나리오를 쓴다. 옷은 의상학과 학생들이 만든다. 음악 전공자는 무대음악을 책임진다. 학생들마다 자신의 주 전공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전공과정도 익히고 작품도 협업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 지방대학의 경우, 교수들의 자기 전공영역 지키기와 인접학문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이러한 융복합 강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추진력이 가장 필요한 영역일지도 모른다. 또 한 가지의 문제점은, 적지 않은 지방대학의 경우 주 전공은 물론 복수전공에 필요한 학점을 취득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어느 분야를 전공했다고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최소한 전공기초과목만은 확실하게 익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에 나가서도 각 분야의 전공기초지식이 튼실해야만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학에서 전공기초지식의 부실 및 전공분야의 실무와의 연계부족으로 직업현장 만족도가 떨어지고 기업에서도 재교육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교양분야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여 수시로 바꿀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사회에 나아가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도록 강의 질을 높이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교양인증)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인증제도(자격증제도)가 없는 경우 별도 과목별 인증위원회에서 시험을 출제해서 인증을 받게 한다. 예를 들면, ‘기업과 사회’라는 과목이 교양필수라면 이 과목에서 A를 받았다고 해서 인증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 인증시험에서 통과되어야 인증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양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강의 평가는 인증시험에 수강생의 몇%가 합격했느냐로 평가할 수 있다. 과목구성도 컴퓨터, 어학, 문학⋅역사⋅철학, 예체능, 과학사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양필수를 각 분야별로 골고루 선택하도록 하여 다양한 분야를 이수하도록한다. 창의성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전공에 있어서 기본틀은 (1) 복수전공을 의무화하며, (2) 수시로 전공을 바꿀 수 있게 한다. 다만, 전공을 이수했다고 할 수 있을 적정 학점 이수 후 전공획득 종합시험(전공인증시험)에 합격해야 해당 전공 학위를 준다. (3) 기본학점 시스템은 예를 들면, 40학점(교양)-40학점(제1전공)-40학점(제2전공) 등으로 하며, 전공은 40학점을 이수하고 해당전공인증시험에 합격하는 한 무제한으로 허용한다. 졸업은 120학점을 획득한 후 학생이 원할 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8학기 이후는 등록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과목당 수강료를 받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양 40학점 + 경영학 40학점 + 정보통신 40학점 + 미술교육 40학점 등 전공을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 또한 졸업 후에도 계속 다른 전공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여 전공을 추가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졸업인증은 교양분야와 전공분야로 분리한다. 전공분야의 경우 별도의 전공인증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여기에서 출제한 점수의 일정수준(예를 들면 60%이상) 점수를 획득하면 졸업장이나 성적표에 인증표시를 해 주는 것이다. 전공인증평가위원회는 교내교수와 외부교수 및 기업의 해당분야 실무자 등으로 구성한다. 졸업생의 경우 인증졸업생과 미인증졸업생이 공존하게 된다. 120학점을 얻어 졸업했지만 어떤 학생은 교양인증, 전공인증을 받은 학생도 있고, 어떤 학생은 교양인증만 받은 경우, 어떤 학생은 아무 인증도 받지 못하고 졸업할 수 있다. 마치 제품에 KS마크를 달고 출시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한 마크가 없이 판매되는 경우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하겠다. 전공과목개설은 기업 혹은 해당 전공관련 단체, 지방자치단체, 교수가 중심이 된 전공위원회에서 매학기 학생의 신청, 교수의 신청,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설하는 것이다. 개설한 후 그 효과를 역시 전공위원회에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 학기 교과과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설교과목에 대해 기업체를 중심으로 교육수요조사를 할 경우, 단지 학생들 교육과정상 수업뿐만 아니라 기업체 직원연수와도 연결시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세법’ 강의의 경우 학생들이 전공과목으로도 가치가 있고, 세법연수가 필요한 직장인에게도 유용한 강의가 될 수 있다. 물론 각종 시험공부 혹은 실무상 세법지식이 필요한 일반인들에게도 매력적인 강좌가 될 수 있다. 특히 사이버 강의의 경우 더욱 이러한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즉, 해당 교육과정을 학생뿐만 아니라 기업체 임직원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것이다. 이 경우 학생들에게 더욱 교과과목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교육성과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J대학은 전공, 외국어, 커뮤니케이션, 리더십영역 등 세부 평가영역을 설정하고 기준을 충족하면 인증서를 주고 종합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으면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면제와 어학연수비용 지원 등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 시행에 인력과 예산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전국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지방대학에서는 필수적인 교육시스템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하면 기업에서 당장 데려다 쓸 수 있는 인재,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과 신뢰성이 있는 인재라는 것을 어느 정도 대학에서 보증을 해주는 제도가 정착이 된다면 학생 취업이 원활할 수 있고 또 학교 명성도 올라가서 더 좋은 학생이 오게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 모범을 보이고 있는 몇몇 지방사립대가 우리 주위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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